[BIO 기술과 특허 브리프] #10. IP 분쟁에 대비하는 슬기로운 방법

안녕하세요. 류민오 변리사입니다.


최근 웨어러블 인슐린 공급 디바이스를 제작 및 판매하는 국내 기업 이오플로우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스에 인수되는 1조원대 거래가 지적재산권(IP) 분쟁으로 인해 무산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경과를 간략히 살펴보면, 이오플로우의 제품(제품명: 이오패치) 이전에 사실상 유일하게 웨어러블 인슐린 공급 디바이스를 제작 및 판매해 온 미국 기업인 인슐렛은 자신의 특허에 기초하여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독일에서 특허 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 미국에서는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 두 건은 모두 인용되어 침해 금지 명령(즉, 이오플로우 제품의 제조 및 판매 금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침해 금지 명령이 내려진 후에(최종 판결이 아님에도)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의 인수 철회를 발표하였습니다. 


한편,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소개된 특허소송 사례를 보면, 현금인출기 기술에 대한 특허권자인 A 기업은 다른 현금인출기 제조 회사인 B 기업에 특허 침해금지가처분을 제기하고,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특허 침해 이슈가 있는 B 기업을 따돌리고 중요한 거래처와의 계약을 성공시킵니다. 나중에 B 기업은 A 기업의 특허를 무효로 하는 데 성공하였지만, 이미 중요한 비즈니스 거래는 놓친 후였습니다. 드라마 작가분들이 실제 사건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하셨다고 느꼈을 정도로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렇듯 IP 분쟁은 한 기업의 성장과 도약을 좌절시키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으며, 승자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따돌리는 좋은 무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기업이 잠재적인 IP 분쟁을 어떻게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하여야 하는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FTO(Freedom to Operate) 분석

고객사를 만나다 보면 의외로 자신의 특허가 있으면 침해 이슈가 없다고 잘못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 등록과 특허 침해는 그 요건이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자사 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사 기술이 반영된 제품이 다른 특허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사 특허 확보와 별개로, 자사 제품이 다른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엔진 기술에 기초해서 자동차를 제조 및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은 그 엔진뿐만 아니라 핸들, 바퀴, 대쉬보드 등 자동차의 다른 부품들에 침해 이슈가 없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ADC(Antibody Drug Conjugate)를 개발하는 회사라면, ADC 자체는 물론, 항체, 링커, 페이로드, 컨쥬게이트 구조의 각 구성이 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사전에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FTO 분석은 제조 및 판매 예정인 제품/서비스가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해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특허가 있는지를 조사, 분석하는 것으로, 통상 제조 및 판매 예정인 제품/서비스와 관련성(Relevancy)이 있는 특허를 대규모로 조사하여 관련성이 높은 특허를 선별하고 특허 청구항과 제품/서비스의 구성을 비교하여 침해 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제품/서비스의 개발, 제조 또는 판매 이전에 위와 같은 FTO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침해 이슈가 있는 특허를 조사, 분석하여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비하는 것은 사업 성공에 필수적입니다. 특히 개발 및 판매 허가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바이오/제약 기술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FTO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중복 개발이나 침해 이슈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합니다. 적어도 리드 물질이 정해지고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FTO를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잠재적인 침해 이슈가 있는 특허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업적 판단을 통해 개발, 제조, 판매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특허의 존재를 모른 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회피 설계

FTO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침해 이슈가 있는 특허가 발견되었다면, 설계 변경을 통해 그 특허의 권리 범위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설계 변경에도 불구하고 분쟁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설계 변경 그 자체 및 설계 변경을 위해 미리 준비했던 비(非)침해 논리들은 실제 침해 분쟁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분쟁에 대한 빠른 대응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효 분석

위의 두 사례에서는 모두 특허/영업비밀의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가처분’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적 기회를 함께 잃었습니다. 특허 침해 금지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은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특허권의 사용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예비적인 처분으로, 본안 소송이나 무효심판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당한 후에 그제야 특허 무효화를 위한 선행문헌을 찾거나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시간에 쫓겨 충분한 준비가 어려울 수 있고 적절한 대응이 못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사례에서 보시듯 사업적 기회들은 이미 놓친 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FTO 분석을 통해 자사 기술과 관련성이 높아서 잠재적으로 침해 이슈가 있는 특허가 발견되었다면, 이들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선행문헌을 조사하고 무효화 논리를 개발하는 등 사전에 무효가능성 분석을 수행하여 잠재적인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 등록 저지

FTO 분석을 통해 잠재적으로 침해 이슈가 있는 특허 출원이 아직 등록 전이라면 정보제공을 통해 해당 특허 출원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허 등록된 지 수개월 내라면 취소신청/이의신청을 통해 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정보제공이나 취소신청/이의신청은 익명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를 드러내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으로 유리합니다. 특히 등록 전 정보제공을 통해 등록을 저지하는 것이 비용/노력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경쟁사 특허 모니터링 및 자사 특허 확보 

특허 출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FTO 분석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FTO 분석을 통해 현출된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이 있는 특허들 및 경쟁사 특허는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사업에 위협적인 특허들의 존재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는 출원 후 1년 6개월간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 차가 생기고 경쟁사가 분할출원/계속출원을 통해 위협적인 청구범위를 갖는 특허를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자사 특허를 탄탄하게 확보하는 것은 자기 제품/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분쟁을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경쟁사가 특허 분쟁을 걸어오면 자사 특허를 통해 경쟁사를 역으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 사업 개발에 초점을 맞추느라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IP 분쟁을 대비하는 IP 전략들에 대해서는 자칫 소홀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위험들을 잘 관리 및 대비하고 나아가서는 무기로 사용하여 사업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본 연구자료는 히트뉴스에 ‘류민오 변리사의 판례로 보는 바이오벤처 특허가이드’라는 제목으로도 게재되었습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특허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4 SEUM IP